본문 바로가기

고찰 그리고 리뷰

성인ADHD 약물치료 : 콘서타 18mg


지금까지 살면서 이유도 모른 채 스스로 의문이 들고 답답했던 모습들이 성인 ADHD 영향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다소 격앙된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뿌옇게 안개가 낀 듯 흐리던 머릿속이 약을 먹고 아주 깨끗해졌다'는 누군가의 간증처럼 나도 약이 모든 걸 깨끗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서른이 지난 나이에 발견된 ADHD가 충격과 슬픔보단 희망의 빛으로 다가왔겠지. 약 3개월 동안 약을 복용해본 결과, 이제는 약물치료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진단 후 처음으로 처방받은 약은 성인 ADHD약 중에서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인 콘서타로 가장 적은 용량인 18mg부터 시작했다.
콘서타는 특수 공법으로 만들어져 복용후 12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는 약이다.

*서방정 : 서서히 방출되는 정제약. 대략 8~12시간 작용
*속방정 : 즉시 방출되며 4~6시간동안 작용하여 하루에 2~3회 나누어 복용.
*오로스 제제 : 캡슐내 삼투압 작용을 통해 12시간 작용


콘서타 18mg (일주일 복용)

졸음
처음 약을 먹었을 때, 아침부터 너무 졸려서 출근해서도 눈이 반쯤 감겨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눈이 무거웠다. 이 정도 컨디션이면 약을 먹는다고 효과가 있으려나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약을 복용했는데 바로 느껴지는 건 마치 개안을 한 듯 눈 앞이 밝아지고 선명해진 느낌이 들면서 잠이 싹 사라졌다. 약효에 대한 기대감이 몸과 정신을 고양되게 만들었는진 몰라도 세 시간 동안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약 복용 2~3시간이 경과하니 졸음이 찾아오기도 했다.

단기 기억력
내가 약효를 느낄 수 있으리라 예상한 구간은 퇴근 후 'C4D학원에서 수업내용을 얼마나 잘 따라가는가'였지만 약 먹기 전이나 후나 큰 차이는 없었다. 여전히 난 선생님이 ABCD를 알려주시면 AB까지밖에 기억하지 못하여 CD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부작용
- 가장 큰 부작용은 악명 높은 '갈증', '구강건조' 였다. 난 살면서 한여름의 찌는 더위가 아니고서는 갈증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이었는데 콘서타를 복용하고 나니 5분에 한 번 물을 마시지 않고는 못 견딜만한 갈증이 느껴졌다. 출퇴근길에 혼잡한 지하철에서 타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시로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느라 입천장이 다 까지기도 했다.
- 또 한 가지 놀라운 부작용은 '식욕감퇴'였다. 입맛이 없다는 느낌도 살면서 딱히 느껴본 기억이 없었는데, 이 또한 약을 먹으면서 극명하게 체감됐다. 평소 간단하게 점심으로 김밥을 주로 먹었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삼각김밥 하나만 먹거나 버블티 한잔으로 점심을 대체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마저도 에너지원이 너무 부족하면 약효가 돌지 않는다는 말에 겨우 챙겨 먹은 것들이었다. 먹은 게 별로 없음에도 이상하게 속은 더부룩하고 '위 팽만감'도 함께 느껴져서 물어보니 이 또한 부작용의 일부였다.
- 마지막으로 '체중감소'도 있었는데, 점심을 가볍게 먹긴 했지만 매일 아침마다 약을 먹기 위해 계란 2알을 챙겨 먹었고, 점심은 김밥 / 삼김 / 삼김+버블티 중 하나라도 꼭 챙겨 먹었고, 저녁도 거르지 않고 햇반 1개 양으로 챙겨 먹었지만 딱히 운동 같은 행동 없이 일주일 만에 3킬로가 빠져 는 변화가 있었다. 내겐 유일하게 부작용처럼 느껴지지 않는 효과(?)였지만 의사 선생님은 체중감소는 지켜봐야 할 부작용 중 하나여서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 약을 먹을 때의 기대와는 달리 미비한 약효에 실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는 병의 증상이 심할수록 효과도 비례하여 좋다고 하니 나는 증상이 심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라 생각하니 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졸음' 만큼은 확실히 개선이 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효가 크게 체감되지 않아 에이앱,ADHD갤러리 등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이리저리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약물 치료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느꼈다. ADHD 연구에 권위 있는 의사 선생님 중 한 분인 반건호 교수님을 비롯하여 많은 정신의학과 의사들이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아무래도 ADHD는 완치의 개념이 없는 질병이다 보니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금전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듯했다.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많은 환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약을 오래 복용하면 나중엔 완치가 될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ADHD를 완벽하게 치료해주는 약은 아직 세상에 없다. 약을 복용하면서 인지행동치료도 병행하여 문제가 되는 행동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눈앞에 세워둔 목표가 있지만 이게 조금만 어렵고 복잡해도 금방 다른데 관심을 뺏겨 목표를 미루는 행동, 해야 하는 일을 명확하게 구조화하여 순차적으로 실행하고 마무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 많은 ADHD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모습니다. 그런데 새끼손톱만큼 작은 알약 하나로 집중력과 추진력을 얻어 목표를 완수하고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큰 사건사고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ADHD는 평생 어르고 달래서 잘 데리고 가야하는 병이니 만큼 나도 당장 치료가 되어야 한다는 초조함은 버리고 나와 꼭 맞는 약과 용량을 찾는데 집중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