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선 긁어모은 정보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모습들과 내 모습 사이의 교집합을 넘버링하여 적어본 것이라면 아래의 질문은 ADHD자가진단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하고 실제로 병원에서도 사용하는 약식 체크리스트이다. 항목은 6개로 진하게 색칠되어있는 영역에 체크된 항목이 4개 이상이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은 끝내 놓고, 그 일을 마무리를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가끔 그렇다
-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자주 그렇다
-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가끔 그렇다
- 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까? 매우 자주 그렇다
-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습니까? 가끔 그렇다
-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자주 그렇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나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중에서도 내가 가장 심한 건 아무래도 '골치 아픈 일 미루고 회피하기'가 아닐까 싶다.
모 티비 프로그램에서 옥주현이 한 인상 깊은 말이 있다. "역시 귀찮은 건 좋은 거야. 진리지." 비슷한 맥락으로 각종 뇌과학, 심리학 서적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인간은 애초에 안 힘들고 편한 것만 하고 싶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인지적으로 피곤하게 살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삶은 어떨까? 하루 이틀 집중해서 힘들게 하면 끝날 일을 두 달을 걸쳐 겨우겨우 마무리하는가 하면 해야 하는 걸 머리로 인지하고도 눈앞의 재미요소를 멈추지 못하여 결국 내일로 미루기도 한다. 미루고 회피하는 그 순간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결국엔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위의 약식 설문지로 검사를 처음 했을 땐 '근데 이정도는 누구나 다 그런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이 결과만으로 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ADHD라 스스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ADHD환자에게 익숙한 증상들을 '누구나 다 그런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ADHD 증상이라고...)
그렇다면 병원은 어떻게 어디서 찾아보고 가야 하는 걸까? 아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도 괜찮은 걸까?
에이앱
성인 ADHD 커뮤니티 에이앱
a-app.co.kr
정답은 바로 [에이앱]이라는 웹 커뮤니티에 있었다. (물론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웹사이트에도 병원 정보가 나와있긴 하다.) 에이앱은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정보, 고민 등을 나누기도 하고 본인이 방문한 병원과 의사, 진료방식 등 병원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감기나 근육계통 질환처럼 보통은 내과나 정형외과처럼 어느 곳이든 '내과', '정형외과'라는 타이틀을 가진 병원을 가면 되지만 ADHD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생각보다 성인 ADHD를 진료과목으로 두는 정신의학과가 많지 않아서 전화나 병원 소개를 확인하여 진료과목에 ADHD가 포함되어있는지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소아 치료 병행하는 곳이 가장 좋은데 어린 시절 증상 발현이 중요한 진단 기준인 만큼 ADHD는 소아 대상으로 연구가 활발한 질환이기 때문인 듯하다.
상단 카테고리 탭에서 [병원후기]로 들어가면 동네 기반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내 경우는 지도앱에서 집에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이름들을 적어두었다가 병원 이름을 검색해서 후기를 살펴봤다. 정신의학과는 의사와 환자의라포가 무척이나 중요한 과이다보니 가급적 같은 성별의 친절한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다른 성별임에도현재 다니는 병원의 후기가 더 좋아 이곳을 선택했었다.
보통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첫 진료만 3,4개월씩 기다려서라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만, 당장 꽂힌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3,4개월은 도저히 불가능한 기다림이었다. 또한 초기에 약 용량을 맞추는 과정에서 주에 한 번 혹은 격주로 병원을 가야한다고 들어서 내 '귀차니즘'을 덜 자극하는 가까운 거리에 병원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후기에 적힌 댓글들 말대로 친절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분이셔서 3개월째 잘 다니고 있고 약의 용량을 올리거나 혹은 다른 약으로 먹게 된다거나 할 때 항상 내가 먹게될 약과 증상,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해주셨다.
다음 글에선 병원에서 어떻게 상담과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또 어떠했는지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고찰 그리고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인ADHD 약물치료 : 콘서타 27mg, 콘서타 36mg (2) | 2023.01.17 |
---|---|
성인ADHD 약물치료 : 콘서타 18mg (0) | 2023.01.09 |
성인ADHD증상, 그리고 자가진단 (2) | 2022.12.28 |
아이패드/맥북/노트북 거치대 추천 리뷰 (0) | 2022.12.27 |
투썸 크리스마스 케이크 리뷰와 크리스마스 데코픽 급할때 구매 꿀팁 (0) | 2022.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