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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그리고 리뷰

기면증 검사 과정(1)(feat. 수면다원검사)

드디어 기면증 검사날이 다가왔다.

지난번에 ADHD 약으로도 졸음이 잡히지 않아 기면증 검사를 권유받고 재빠르게 예약을 했었다. 단순히 내가 ADHD여서 생체리듬이 뒤로 밀려 늦게 취침하고 각성상태로 늦게 잠들고 깊게 수면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기면증일 수 있다니...

대부분의 사람들 인식과 같이 내 머릿속에서도 기면증은 걷거나 일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듯 잠이 드는 그런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러한 증상은 '탈력발작'이라 불리며,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 외에 강한 감정(전형적으로 강한 웃음)을 느낄 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기면증은 쉽게 말해 기면증은 중추 신경에서 분비되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각성 호르몬이 부족해져 발생하는데 밤 시간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도 낮 시간에 견디기 힘든 졸음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자칫 과수면증과 헷갈릴 수 있는데 졸음의 지속 시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대게 과수면증은 충분한 잠을 자고도 하루종일 졸음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고, 기면증은 평상시엔 큰 졸음을 느끼지 않다가 집중력을 요구해야 하는 특정 상황에 참기 힘든 졸음이 몰려와 갑자기 잠에 빠진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각성 호르몬이 낮에는 활발히 분비되고 밤엔 감소하며 수면이 유도되어 일상의 루틴이 잘 지켜지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낮에도 갑자기 호르몬이 감소하며 순간적으로 졸음에 빠지는 것이다. 

 

기면증과 관련해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내가 왜 그렇게 ADHD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는지, 어째서 의사 선생님이 내게 그런 검사를 권유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궁금한 마음을 꾹 참고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수면다원검사일이 훌쩍 다가왔다. 월요일 저녁에 입원해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월요일 당일 ADHD약 복용 중지는 물론이고 주말 동안 커피도 일절 마시지 않았다. 단 하루 약을 끊었을 뿐인데 정말 미칠듯한 졸음에 근무시간 내내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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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안내문입니다. (문자 일부 발췌)


1. 검사 당일 낮잠 주무시지 말고 오세요
2. 검사 당일 카페인, 알코올 등 수면을 방해하는 음료는 안됩니다. (음주 시 검사 불가!!)
3. ★기면증 검사 시 조식, 중식 제공 됩니다.
4. 검사 시작 2시간 전부터는 금연입니다 (검사 중 흡연 시 퇴실조치)
5. 샤워도구, 검사복, 슬리퍼, 수건 제공됩니다.
6. 화장품, 속옷, 양말, 충전기 등은 준비해 주세요
  (선호하는 베개, 잠옷, 세면도구 가져오셔도 됩니다)
  (머리에 센서를 부착하기 때문에 검사 종료 후 머리를 감으시거나 모자 준비해 주세요)
7. 평소 복용하시는 약과 처방전 있으면 가져오세요.
8. 실손보험 청구 서류는 미리 확인하고 데스크에 요청해 주세요 (보험사별 서류 상이함)
9. 진료비와 서류 비용 발생되며(진단서 2만 원, 소견서 2만 원 그 외 서류도 비용 발생), 진료 후 검사 항목에 따라  검사 비용은 달라집니다.
10. 생체신호 측정을 위해 새끼손톱 매니큐어는 지우고 오세요. 

 

17:00,  병원 도착

예약한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양면으로 4-5장 분량의 수면클리닉 초진 기록지를 작성했다. 기본적으로 최근의 컨디션, 기존에 앓고 있던 지병/질환, 본인의 수면 상태 등을 파악하는 내용부터 기면증 자가진단표(ESS), 수면 습관 설문지(PSQI-K), 신체증상 질문지(PHQ-15) 등을 체크해야 했다. 

 

 

17:20,  대면 진료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 

잠꼬대 많이 하는가? 

평소 코를 곤다는 소릴 듣는 편인가?(그렇다면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가위는 많이 눌리는 편인가?

평균 몇시쯤 잠을 자는가? 

평소 지병이나 몸이 불편한 부분이 있는가?

갑자기 웃긴이야기를 듣거나 했을때 몸에 힘이 빠지는가? 

 

이런 질문들을 주셨고 관련한 나의 대답들이 확실히 기면증이라고 판단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검사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고 하시며 이후 진행하게 될 기면증 검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진료가 끝났다. 

 

~ 20:00, 근처에서 저녁식사 후 병원 복귀(커피, 콜라, 초콜릿, 홍차 금지) 

병원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스타벅스에서 차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 보고 있는 와중에 졸음이 쏟아졌다. 수면검사날 생각보다 잠이 오지 않아 12시-1시까지 잠을 못 자 이후 모든 검사가 딜레이 됐었다는 사람도 있고 꽤 오래 뒤척이다 잤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검사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피곤한 상태로 검사하는 게 결과가 정확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잠이 안 와서 힘든 것보다는 낫다 싶었다. 

 

 

20:00 ~ 20:30, 환복 및 수면 준비 

 

병원으로 복귀하니 검사가 이루어질 방을 안내받았는데 흔한 숙박시설처럼 방이 세팅되어 있어 하루동안 잠을 자고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잠'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라 그런지 금방 이 공간이 또 친근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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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가습기, 드라이기, 온수매트, 옷장, 테이블, 의자, 거울, 빗, 수건, 휴지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바디워시, 폼클렌징, 핸드워시 

 

 

 

20:35 ~ 21:00, 검사를 위한 장비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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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준비를 끝내고 앉아있으니 곧 수면기사님이 들어오셔서 몸 이곳저곳에 센서를 부착해 주셨다. 이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 들었는지,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수면 단계는 어떤지 등을 알 수 있는 뇌파 측정이다 보니 머리에 센서 부착할 때가 가장 손이 많이 갔다. 이때 하얀 크림을 이용해서 센서를 머리에 부착하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석고처럼 굳어 잘 때에 약간의 뒤척임에도 끄떡없이 잘 붙어있게 된다. (아마 이것 때문에 퇴원할 때 쓸 모자를 준비해 오라고 하신 듯했다)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감지기를 부착한 것들이 다소 복잡해 보이나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잘 정리해서 붙여주시기 문제없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수면을 취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 잘 때 뒤척임이 심하여 센서가 떨어지더라도 밤새 모니터링하시는 수면기사님들이 그 즉시 들어와 센서를 교정해 주시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22:15  ~  수면  ~  6:00

검사 중엔 검사기 이외의 다른 기기 전자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원을 끄고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침대에 앉았다. 이윽고 방송으로 이를 딱딱 소리 나게 부딪히거나 눈을 감고 눈동자를 상하좌우로 획 움직이는 등 센서가 제대로 감지하는지 간단한 테스트가 진행이 되었고 수면기사님이 들어와 방에 불을 꺼주셨다.

 

난 평소 자면서 딱히 깨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자면서도 이불을 덮었다 찼다가 다시 덮기를 반복할 때마다 잠깐잠깐씩 깼던 기억이 났다. 왜인진 모르겠으나 한동안 기억 속에서 잊고 있던 사람의 꿈을 꽤 오래 꾸었고, 그런 만큼 깊게 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전신마취 수술 후 강제로 의식을 차렸을 때와 같은 생경한 느낌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 글에서는 수면다원검사에 뒤 이어서 다중수면잠복기 검사의 과정과 검사 결과에 대한 글을 적어볼 예정이다.